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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특허괴물 딜레마 (Patent Troll Dilemma)

[한국특허정보원에서 발간하는 Patent 21, 77호(2008 01/02)에 기고한 글입니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삼성전자가 특허괴물과의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인터디지털과의 특허침해 항소심 1심에서 패소했다는 내용이었다. 특허괴물은 지난 몇 년 동안 특허분야에서 국내외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주요한 이슈들 중 하나였다. 최근에 국내 언론이 다룬 특허괴물에 관한 보도 몇 개를 살펴보자.

“인터디지털은 ‘특허괴물(patent troll)’로 알려져 있다. 저평가된 특허를 사들인 후 무작위로 소송을 벌여 수익을 챙기는 우리 상식으로는 좀 ‘불량한’ 기업이다. 비즈니스 방식도 기본 상도의에 어긋난다. 특허를 확보하는 목적이 다른 ‘우량한’ 기업처럼 상품화나 시장 개척 때문이 아닌 오직 ‘돈’ 때문이다.” (특허전쟁 “2등은 없다”, 전자신문, 2007.12.11, 3면)

“혁신을 촉진하자는 의도에서 만든 특허제도가 오히려 혁신을 방해하거나 장애물로 작용한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서로의 특허를 공유하는, 이른바 특허 풀(pool)이란 수단 없이는 그 누구도 혁신에 나설 수 없는 상황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그런 마당에 특허괴물들까지 판을 치면 혁신은 더욱 더 멀어질 게 뻔하다. 특허괴물은 그런 점에서 특허제도에 대한 회의감을 키우고 있다. 특허제도 때문에 거액을 벌고 있는 이들이지만 역설적이게도 특허제도를 크게 위협하고 있는 것 또한 바로 이들이다. 한마디로 특허괴물은 특허제도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부정적 측면이다.” (특허괴물의 정체, 한국경제, 2007.8.23, A38면)

“특허괴물의 출현은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집권 이후 불어 닥친 특허 중시(Pro-Patent) 풍조에 편승해 1980년대부터 거액의 로열티만을 받아 챙기는 ‘특허전문 브로커’나 특허관리회사를 빙자한 ‘특허 마피아’가 출현했다.” (’특허괴물’에 대처하자, 동아일보, 2007.4.10, A35면)

“인터디지털은 폐업한 회사나 개인 발명가, 특허경매 등을 통해 저평가된 특허를 헐값에 사들인 후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여 이득을 얻고 있는 `특허괴물’이다. 단순히 기술을 방어하고 경쟁업체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해 특허권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수익을 목적으로 한 만큼 철저한 소송준비로 사업자들을 재물로 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노키아와 LG전자를 상대로 한 특허분쟁에서도 각각 2억5300만달러와 2억8500만달러의 로열티를 챙겼으며, 최근에는 애플 아이폰에 대한 3G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대가로 2000만달러를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허괴물에 밀린 삼성전자, 디지털타임스, 2007.12.7, 2면)

그 동안 국내 언론에 실린 소위 특허괴물에 관한 기사를 통해 필자가 전반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적의”와 “비난”이다. 기사의 내용은 접어두고 “특허괴물”이라는 명칭에서부터 이러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름 붙이기

특허괴물(Patent Troll)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Troll”이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크고 작은 괴물들을 의미한다거나, 여러 신화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또 Patent Troll이라는 용어가 1993년에 이미 사용되었고, 1994년에 보다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2001년에 다시 관심을 받게 되었다는 단어의 역사 또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바라보는데 있어서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름이 사용되게 된 배경이다.

1998년에 TechSearch는 International Meta Systems, Inc.(이하 IMS)의 특허를 매입했다. IMS는 당시 인텔의 최신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자 했고, 이 특허는 그러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IMS는 자금 조달과 몇 가지 사업에 실패하면서 파산절차를 밟게 되었다.

당시 IMS는 인텔이 컴팩과 같은 IMS의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인텔의 경쟁사와 협력하는 경우에는 칩 공급을 중단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수단들을 사용함으로써 불이익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하였고,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당시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능력이 없었던 IMS에 협력하는 위험을 부담할 수 없었던 것을 사업실패의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었다.

TechSearch는 이 특허를 매입한 후에 인텔의 몇몇 제품들이 이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인텔이 라이센스를 거부하자, 인텔의 펜티엄 프로와 펜티엄 Ⅱ 계열의 제품들을 대상으로 침해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과정에서 당시 인텔이 이 제품들로부터 얻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수익은 연간 약 80억 달러에 이르고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인텔은 우선 문제가 된 IMS 특허의 발명자를 고용했다. 이후에 그 발명자는 특허의 무효성과 관련된 선행기술에 대해 자신이 한 이전의 증언을 번복할 것을 요청했다.

또 인텔은 Maelen Limited(이하 Maelen)라는 실체가 없이 문서로만 존재하는 소위 껍데기 회사(shell company)를 이용하여, IMS가 TechSearch에 넘긴 특허를 연방파산법원을 통해 IMS의 파산재단으로 되돌리고자 했다. 자산이 합리적인 수준 이하로 지나치게 싸게 매각된 사실이 입증될 경우, 그 자산을 파산재단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하고자 한 것이었다.

당시 IMS의 파산재단은 자금이 없었지만, Maelen은 재단 측에 파산관재인 선임 비용과 TechSearch를 상대로 한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Maelen은 파산재단이 그 특허를 되돌려 받게 된다면, 그 특허에 대한 경매과정에서 파산재단이 최소 325,000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Maelen은 인텔이 TechSearch와의 분쟁이 시작된 직후에 흡수한 회사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 껍데기뿐인 회사는 인텔이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IMS의 파산재단을 통해 문제의 특허를 넘겨받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회사라는 의심을 받게 되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결국 인텔은 문제의 특허가 TechSearch가 지불한 금액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주장을 통해 침해소송에서 TechSearch를 불리한 입장으로 모는 한 편, 다른 한 쪽에서는 그 특허가 무효라는 주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인텔은 당시 TechSearch를 “특허 강탈자(patent extortionist)”라 불렀고, 이러한 지칭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자, 이 명칭과 관련된 더 이상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당시 인텔의 Assitant General Counsel이었던 피터 데트킨(Peter Detkin)이 사용한 호칭이 바로 “Patent Troll”이다.

즉 “Patent Troll”이라는 용어는 태생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적의를 담고 있다. 따라서 당시 피터 데트킨이 Patent Troll로 정의한 “특허를 실시하지 않고, 실시할 의도도 없으면서 특허로부터 많은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에 대해 이 용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왠지 부당해 보인다. 더군다나 이에 대한 번역어로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특허괴물”이라는 명칭은 원어보다 부정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이러한 개념이라면 차라리 미국 연방통상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의 보고서에서 사용된 “비실시자(NPEs, non-practicing entities)”라는 명칭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근래 들어 여러 가지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 다양한 기업들을 에둘러 Patent Troll이나 특허괴물로 부르는 것은 의미의 혼란과 왜곡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비난의 근거

특허괴물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비판은 그들이 물품을 제조하지도 않고,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논지는 아마도 이런 것으로 보여 진다. “이 사회가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행위는 실제의 상품을 만들어 내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가치를 창조해내는 행위인데, 특허괴물은 이러한 행위 없이 남의 창조물을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이득을 취한다. 따라서 이렇게 특허를 실시하지 않는 괴물들에게는 비록 그들이 특허를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특허권의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많은 경우 특허와 관련된 제품을 제조하지 못하는 발명자는 개인 발명자이다. 하기 싫어하지 않는 이도 있겠으나, 자금이나 경영능력의 부족 등으로 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대학의 많은 연구자들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본업이 아니기에, 연구결과를 얻는 것 자체가 목적이자 즐거움일 수 있다. 이들이 권리의 행사를 제한 받아야 하는 괴물들이라는 것인가?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매우 많은 특허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들 중 실제 제품화로 이어지는 것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들었다. 방어 목적으로 다량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큰 사업을 하는 회사들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전략이다. 그럼 이런 기업들의 특허권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가?

특허법은 발명이라는 무형의 기술적 사상을 보호하는 법이다. 발명자는 발명행위 자체로서 가치를 창조한 것이며, 그 대가로 권리를 부여 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법익은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실현된다. 제품을 제조함으로써 부가적인 가치를 창조하는 행위는 제품시장을 통해 얻는 수익으로 보상받는 것일 진데, 제조업을 영위하는 가의 여부를 기준으로 발명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한 쪽의 권리행사를 제한함으로써, 차별적인 대우를 한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제조행위의 여부보다는 특허를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이득을 취한다는 사실을 문제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이는 특허법의 영역은 아니다. 또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안에서 가격 차이를 이용해 최대한의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를 비난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법을 교묘히 회피해가며 부당하게 이득을 편취한다거나, 부정직한 행위를 하는 것은 별개의 조치가 필요한 문제이겠으나, 권리행사 자체를 제한함으로써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쳐 보인다.

비판론의 또 다른 근거는 특허괴물들이 권리범위가 모호하고 부실한 특허로 많은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권리범위가 지나치게 넓거나, 모호하여 특허의 유효성이 의심되는 특허가 많다는 사실의 귀책사유가 특허괴물들에게 있는 것인가? 이러한 문제의 책임소재를 따진다면, 오히려 특허심사와 관련된 여러 제도와 시스템을 비난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미국특허상표청(USPTO)의 특허심사에 관해 많은 논란이 있다. Niro는 미 의회가 USPTO의 수수료 수입에서 알라스카의 인구 50명이 살고 있는 Gravina Island에 다리를 건설하는데 229백만 달러를 투입하고, 앵커리지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항구를 연결하는 다리(이미 다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를 건설하는데 223백만 달러를 투입하는 등, 700백만 달러 이상을 불필요해 보이는 다른 곳에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러한 예산을 USPTO의 심사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투입하는 것이 특허괴물이라는 과장된 문제에 집착하는 것보다 현재 미국 특허시스템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더 나은 조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난에 대해 드는 또 다른 의문은 특허권의 범위가 모호하다거나 무효라는 판단을 누가 하는가이다. 이러한 주장을 근거로 특허괴물을 골라내고 그 권리의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면, 이러한 판단과 조치들은 결국 법원에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따라서 특허의 부실함을 가지고 특허괴물을 비난하는 것은 분노와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특허괴물에 관한 논란과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은 아니다.

부실한 특허권의 남용이라는 문제와 더불어 특허괴물의 문제로 자주 지적되는 것은 소송 증가로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에 관한 것이다. 2003년 AIPLA(American Intellectual Property Lawers Associ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텍사스에서 특허소송이 진행될 경우, 피고 측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은 디스커버리 절차에만 약 150만 달러, 재판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250만 달러 이상이다. 하지만 원고 측 입장인 특허괴물은 침해와 관련된 사실들을 기술한 단 몇 페이지의 서류만을 제출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수십만 달러의 타격을 입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된다.

하지만 특허괴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Intellectual Ventures의 CEO인 네이선 미어볼드(Nathan Myhrvold)는 전체 특허소송의 2%만이 제조업을 영위하지 않는 원고에 의해 발생되고 있으며, 이 2%의 원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완전히 합법적인 회사와 대학으로, 불순한 원고(bad actors)로 인해 발생되는 특허소송은 극히 적다고 주장한다.

물론 현재는 그럴지 모르지만 사태를 방치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반론을 예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러한 상황이 온다 해도, 이렇게 막대한 소송비용으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의 책임이 특허괴물에게만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문제는 미국 사법구조 또는 사법시장이 가진 문제로서, 막강한 정치적 로비력을 가진 법조인 집단과 정치인들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그 원인과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든 간에 소송 비용에 관한 문제는 특허괴물과 관련된 현실적 문제는 될 수 있겠으나, 본질적 문제는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허괴물에 관한 논란에서 비판론자들이 펼치는 또 하나의 주장은 특허는 다른 재산들과는 다르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허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는 오로지 공익에 기여하는 경우에만 그 행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 주장의 요지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당신은 집을 짓는 탁월한 기술이 있다. 많은 노력 끝에 당신의 기술이 한껏 발휘된 멋진 집을 지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당신은 집을 짓는 기술에 비해서 관리하는 데에는 소질이 없었다.

어느 날 한동안 살펴보지 않았던 방에 들어가 보니 방안에 이런 저런 살림살이들이 들어와 있고, 처음 보는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사람은 당신 집인 줄 몰랐단다(몰랐을 수도 있다고 치자). 그 자리에서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 침입자는 덩치도 크고 힘이 세보여 함부로 덤빌 수가 없었다. 소송을 생각해 보았지만 소송비용이 걱정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런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일군의 변호사들이 있었고, 그 중 한 명이 승소할 경우에만 비용을 받겠다고 해서, 법원에 이 억울한 상황을 바로잡아 줄 것을 호소할 수 있었다. 재판이 진행된 후, 법정에서 판사가 당신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 사람이 당신 집에 침입하였고, 당신의 재산권이 침해 당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부동산에 관한 재산권은 다른 재산권과는 다르다. 오로지 공익에 기여하는 경우에만 행사될 수 있는 것이다. 재판부는 지금 행복히 살고 있는 저 사람을 쫓아내고 방안에 설치된 살림살이들을 들어내는 것이 공익에 어떠한 기여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일단 참아라.”

어떤가? 만족스러운 결과인가?

물론 특허에 관한 이야기를 부동산에 비유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특허에 관한 재산권이 다른 재산권과 다르게 다루어져야 하는 명분이 무엇인가? 지금껏 무형 자산의 시대를 외쳐오다가 갑자기 특허만은 공익을 위해 권리행사가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러한 주장에 걸맞은 그럴듯한 명분이 있어야 할 터인데,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산권 행사가 사회에 큰 피해를 주거나 공익을 심하게 훼손하는 경우, 그 권리 행사를 제한하는 조치들은 각 재산권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법률로서 이미 정해져 있다. 시대적 요청에 따라 그 제한의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면 법률을 개정하면 되는 것이지, 특허만을 별도로 다루어 공익이라는 모호하고, 광범위한 기준을 가지고 권리행사를 제약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현행법상으로도 특허권은 재산권으로 다루어지며, 권리를 실행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과 함께, 특별한 경우에 권리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권리제한 규정들은 각각의 상황에 따라 특허권자의 권익과 그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고려되고 정의되어진 공익”을 세심히 비교형량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 또는 가까운 미래에 특허권 자체를 공익이라는 모호하고, 광범위한 기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합당하지 않아 보인다.

특허권과 공익을 둘러싼 이러한 논란은 지금까지 특허괴물에 대한 비판에서 앞서 다루었던 제조행위나 사회적 비용과 같은 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허괴물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제도적인 방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 바로 이것이 핵심적인 논점이 될 것이다. 특허권의 행사를 어느 수준에서 제한해야 특허괴물의 전횡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 때 발명자의 권익을 희생시켜 보호해야 하는 “공익”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실체적 진실

필자는 여기에서 특허괴물에 대한 가치판단을 함으로써 이 논쟁의 한 편에 서지는 않겠다. 필자 스스로 앎의 적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다만 이 문제가 발생된 상황을 단순화시켜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한다.

미국에서 특허괴물이라는 형태의 사업이 나타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던 잠재적 이익을 시장에서 누군가가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특허시장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들은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풍부하고 막강한 제조능력과 판매망을 가진 대기업 집단이었다. 그 반대편에는 이들을 상대하기에는 여러가지로 부족한 개인들이 있었다.

특허권의 특성상 침해사실을 입증하고, 소송으로 연결시켜 승리를 쟁취하고, 협상과 다양한 수단을 통해 상대방을 위협하는 것이 개인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개인들의 권리행사에 대한 이러한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양 측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영역이 있었고, 이 영역에서 강자는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간에 개인들의 권익의 일부를 무상으로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영역에 숨어있는 이익을 발견한 이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이 잠재적 이익을 약자에게 되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기 시작했다(때로는 그 수수료가 지나치게 많았다. 많은 경우 개인들은 다시 약자의 입장에 있었고, 자신의 본래 몫의 극히 일부만을 받아야만 했다).

이 수익의 지배자였던 강자들은 이러한 상황이 불쾌했다. 이러한 이익을 빼앗기는 과정에서 그 파급효과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더구나 강자끼리의 싸움에서는 서로를 존중해가며 타협이 가능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이익추구자들에게는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이 새로운 출현자들은 잃을 것이 별로 없었다.

강자의 눈에는 이들이 괴물로 보였다. 방법은 시장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었다. 강자들은 괴물들의 추악한 모습을 들춰내고, 특허 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법원은 괴물들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기 시작했고, 의회에는 특허시스템을 수정하기 위한 법안들이 상정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서 최대의 수익을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심화됨에 따라 자산 또는 재산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상품화된다. 특허라는 무형 자산도 지금까지 받아온 시대적 관심을 생각해 볼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시장을 돌아다니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이 상황에서 공익을 이야기하고, 윤리적 기준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 시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며, 승자는 살아남은 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온전히 힘으로만 승자가 결정되는 난폭한 경쟁은 아무리 현실을 직시한다고 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강자에게 유리한 결론이 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해도 이 게임을 지켜보는 이들과 규칙을 만드는 이들은 그 도가 지나치지 않도록, 우리가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윤리적 한계가 지켜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강자의 입장에서도 규칙을 바꾸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니며, 규칙을 바꾼다 하더라도 그 정도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전자, 소프트웨어 분야와 같이 기술발전의 속도가 매우 빠른 첨단 산업분야에서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제품 출시 전에 특허문제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피터 데트킨의 증언이나, 컴퓨터 산업분야의 대기업들은 엔지니어들이 특허를 읽거나, 특허침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선행기술조사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네이선 미어볼드의 주장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앞으로는 특허에 대한 조사와 예방활동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괴물이라 불리우는 새로운 이익추구자들도 자신들의 사업형태가 합법적이라는 주장과, 개인 발명가들의 권익보호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Intellectual Ventures는 자신의 정체와 의도를 숨기고 특허를 매입하기 위해 껍데기 회사(shell company)를 통해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어디서 보았던 방식이 아닌가? 공교롭게도 인텔과 Intellectual Ventures가 이런 의심을 받을 때마다 피터 데트킨이 등장했었다. 부당한 방법으로 지나친 폭리를 취하는 행위는 제재받아 마땅하다. 특히 이들이 개인 발명가들을 약탈하는 새로운 특허 착취자가 되지 않길 바란다. 

[참고문헌]
1. Wikipedia.org, Patent troll, http://en.wikipedia.org/wiki/Patent_troll (2007.12.20)
2. Raymond P. Niro, Who is Really Undermining the Patent System – “Patent Trolls or Congress?, 6J. MARSHALL REV. INTELL. PROP. L. 185 (2007).
3. Jennifer Kahaulelio Gregory, The Troll Next Door, 6J. MARSHALL REV. INTELL. PROP. L. 292 (2007).
4. Craig Tyler, Patent Pirates Search for Texas Treasure, TEXAS LAWYER, September 20, 2004.
5. ANTITRUST MODERNIZATION COMMISSION, PATENT LAW REFORM 3 (2005) (http://www.amc.gov/commission_hearings/pdf/Statement_Detkin.pdf)
6. Nathan Myhrvold, Inventors Have Rights, Too!, WALL ST. J., Mar. 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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